
ㆍ경향갤러리 강종열 화백전… 작품판매 대금 현지 도서관 건립비 충당

<‘동티모르, 희망의 색으로 물들다!’ 행사장에서 만난 강종열 화백(오른쪽)과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
강렬한 원색의 대비다. 붉은 야자수와 자홍색의 하늘. 점묘로 묘사된 바다. 때로는 눈부신 황금색이, 때로는 하늘색과 빨간색, 노란색과 흰색이 섞여 출렁이고 있었다. 반면에 초가집은 흑백으로 묘사돼 있다. 열대 과일을 좌판에 올려놓은 할머니와 닭을 옆구리에 낀 아이들…. 단지 그것만 있었다면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힌 ‘이국적 취향’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눈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슬픔이 가득찬 게 느껴지지 않나요?” 행사를 준비하던 지구촌 나눔운동의 민동숙 커뮤니케이션 국장의 촌평이다. 아닌 게 아니라 똑바로 쳐다보는 그들의 눈 속엔 깊이가 있다. 작가가 투영한 감정의 울림이다.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11월11일부터 1주일간 열린 ‘동티모르, 희망의 색으로 물들다!’ 전시회는 동티모르를 주제로 한 작품 40여 점이 전시됐다. 중견작가 강종열 화백의 작품들이다. 입구에서 강 화백을 만났다. “담고자 했던 것은 슬픔을 감추고 생활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입니다.”
21세기 첫 독립국, 빈곤 고통 여전
그가 포커스를 맞춘 것은 ‘내전으로 점철된 역사와 피비린내 나는 증오가 끝난 뒤 찾아오는 슬픔, 그 속에서도 다시 희망을 찾고자 하는 동티모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강 화백은 지난 2004년 보름 간 그곳을 방문했다. 동티모르를 떠날 때는 200여 장의 스케치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강 화백은 기자를 전시장 2층으로 안내했다. ‘ㄷ자’ 형으로 전시되어 있는 인물화들은 모두 독립적으로 보였지만 전형성을 지닌 한 인물의 인생사다. 그는 ‘이다’라는 가공의 이름을 붙였다. 소년은 독립의 꿈에 부푼 청년이 되었다가 다시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되었다. “풍경 그림에서 눈치를 챌 사람은 챘겠지만 아버지나 젊은 남자가 거의 없습니다. 모자 또는 할머니와 손녀, 할아버지와 손녀이죠. 그리고 아이는 커서 청년이 됩니다. 청년은 나라를 걱정하지요. 그리고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산사람’이 되는 건데, 마침내 그들의 꿈이었던 독립을 이룹니다. 독립하는 날,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 남자지요. 독립은 되었지만 마냥 기뻐만 할 일이 아닙니다. 다시 돌아와 ‘생활’을 해야 하지만 그들의 손엔 아무것도 없지요.” 구걸하는 노인의 그림. 미라를 그린 것으로 착각할 만큼 말라 있다. 가난과 피폐다. 어디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강 화백은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시 1층의 한 그림 앞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어스름한 새벽. 가정집 같은 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 “이 나라 사람들의 93%가 가톨릭신자입니다. 여기는 성당입니다. 신부는 27년 전에 필리핀에서 온 사람인데 청빈하고 헌신적인 삶을 이어가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그 새벽,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데 너무나 단아하고 조용했어요.” 동티모르는 지난 2002년에 독립했다. 21세기 첫 번째 독립국가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441달러. 아시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행사가 시작됐다.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은 “솔직히 말해 그림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판매대금은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이 단체가 동티모르 동쪽 끝에 위치한 로스팔로스 지역에 세울 도서관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역에 세워질 첫 번째 도서관이다. 강 화백은 “젊었을 때는 내가 추구하는 예술세계에 몰두하였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예술하면서 뭔가 의미가 있는 일은 없을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해가 졌다. 갤러리 밖 날씨는 부쩍 쌀쌀해졌다. 그러나 갤러리 안은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실내온풍기 덕분만은 아니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ㆍ경향갤러리 강종열 화백전… 작품판매 대금 현지 도서관 건립비 충당
<‘동티모르, 희망의 색으로 물들다!’ 행사장에서 만난 강종열 화백(오른쪽)과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
강렬한 원색의 대비다. 붉은 야자수와 자홍색의 하늘. 점묘로 묘사된 바다. 때로는 눈부신 황금색이, 때로는 하늘색과 빨간색, 노란색과 흰색이 섞여 출렁이고 있었다. 반면에 초가집은 흑백으로 묘사돼 있다. 열대 과일을 좌판에 올려놓은 할머니와 닭을 옆구리에 낀 아이들…. 단지 그것만 있었다면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힌 ‘이국적 취향’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눈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슬픔이 가득찬 게 느껴지지 않나요?” 행사를 준비하던 지구촌 나눔운동의 민동숙 커뮤니케이션 국장의 촌평이다. 아닌 게 아니라 똑바로 쳐다보는 그들의 눈 속엔 깊이가 있다. 작가가 투영한 감정의 울림이다.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11월11일부터 1주일간 열린 ‘동티모르, 희망의 색으로 물들다!’ 전시회는 동티모르를 주제로 한 작품 40여 점이 전시됐다. 중견작가 강종열 화백의 작품들이다. 입구에서 강 화백을 만났다. “담고자 했던 것은 슬픔을 감추고 생활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입니다.”
21세기 첫 독립국, 빈곤 고통 여전
그가 포커스를 맞춘 것은 ‘내전으로 점철된 역사와 피비린내 나는 증오가 끝난 뒤 찾아오는 슬픔, 그 속에서도 다시 희망을 찾고자 하는 동티모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강 화백은 지난 2004년 보름 간 그곳을 방문했다. 동티모르를 떠날 때는 200여 장의 스케치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강 화백은 기자를 전시장 2층으로 안내했다. ‘ㄷ자’ 형으로 전시되어 있는 인물화들은 모두 독립적으로 보였지만 전형성을 지닌 한 인물의 인생사다. 그는 ‘이다’라는 가공의 이름을 붙였다. 소년은 독립의 꿈에 부푼 청년이 되었다가 다시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되었다. “풍경 그림에서 눈치를 챌 사람은 챘겠지만 아버지나 젊은 남자가 거의 없습니다. 모자 또는 할머니와 손녀, 할아버지와 손녀이죠. 그리고 아이는 커서 청년이 됩니다. 청년은 나라를 걱정하지요. 그리고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산사람’이 되는 건데, 마침내 그들의 꿈이었던 독립을 이룹니다. 독립하는 날,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 남자지요. 독립은 되었지만 마냥 기뻐만 할 일이 아닙니다. 다시 돌아와 ‘생활’을 해야 하지만 그들의 손엔 아무것도 없지요.” 구걸하는 노인의 그림. 미라를 그린 것으로 착각할 만큼 말라 있다. 가난과 피폐다. 어디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강 화백은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시 1층의 한 그림 앞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어스름한 새벽. 가정집 같은 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 “이 나라 사람들의 93%가 가톨릭신자입니다. 여기는 성당입니다. 신부는 27년 전에 필리핀에서 온 사람인데 청빈하고 헌신적인 삶을 이어가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그 새벽,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데 너무나 단아하고 조용했어요.” 동티모르는 지난 2002년에 독립했다. 21세기 첫 번째 독립국가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441달러. 아시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행사가 시작됐다.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은 “솔직히 말해 그림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판매대금은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이 단체가 동티모르 동쪽 끝에 위치한 로스팔로스 지역에 세울 도서관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역에 세워질 첫 번째 도서관이다. 강 화백은 “젊었을 때는 내가 추구하는 예술세계에 몰두하였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예술하면서 뭔가 의미가 있는 일은 없을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해가 졌다. 갤러리 밖 날씨는 부쩍 쌀쌀해졌다. 그러나 갤러리 안은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실내온풍기 덕분만은 아니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